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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음부자로 살아가기기부와 나눔의 비밀
강남포스트 유진희 기자 | 승인 2019.12.26 22:51

행복한 마음부자로 살아가기

기부나눔의 비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인터넷 뉴스에서 한 억만장자가 자신이 불행한 삶의 원인은‘부(富)의 축적이었다’며 우리나라 돈으로 54억이 넘는 재산을 모두 기부했다는 기사가 난 일이 있다. 정말 부자가 되면 불행해지는 걸까? 물질의 부자(富者)만 추구한다면 분명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자가 되어서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알게 되면, 당당한 부자로 살아갈 수 있다. 기부는 돈이 많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습관화된 기부는 적은 것을 나누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기부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쌓은 경력이나 재능을 사회나 어려운 단체를 통해 봉사하는 재능 나눔도 기부문화의 한 형태이다. 돈을 기부하는 것도 자신이 가진 재능의 하나인 돈 버는 재능을 나누는 것이다.

 

억만장자들이 불행을 느끼는 이유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40대 중반의 오스트리아 출신 사업가 카를 라베더 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많은 부의 축적이 더 많은 행복을 의미한다고 믿어 돈 버는 일에 매진했지만,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노예처럼 일해 왔다고 고백했다. 가구회사와 인테리어용품 회사 운영으로 억만장자가 된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보다는 자기가 소유한 돈 때문에 잘해주고 친한 척 한다는 느낌이 들어 진정한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영혼과 감정이 없는 5성급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깨달았다”고 말한 그는 한동안 부를 과시하는 삶을 포기하지 못했다가 휴가기간 동안 결단을 하게 되었다고.

그는 먼저 스위스에 있는 알프스 전망이 일품인 25억 상당의 고급빌라와 프랑스 프로방스에 위치한 12억원 상당의 농장과 7대의 고급 승용차와 가구와 인테리어용품 회사도 팔고, 거처도 작은 집으로 옮기고 재산을 매각한 돈은 자신이 중남미에 세운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부와 현지인들의 빈곤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그는, ‘내가 지금 이것을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모든 재산을 자신이 세운 자선단체에 기부한 그는, 재산을 팔면서 자유를 느꼈고 단체로부터 어떤 급여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위의 사례는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불행을 느낄 정도로 부를 누려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면 현명하게 ‘불행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누리고 기부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지도.

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 절반 이상 기부’ 소식에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은 부러워하면서 ‘한국 부자들은?’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물론 한국 억만장자들이 미국 부자들의 나눔운동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 부자들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억대 기부자 모임’이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기부하였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고액기부자 클럽을 뜻한다. 특히 가입자 중에는 대기업 오너보다는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많고 전문직이나 여성들 및 연예인들도 있다. 2007년 12월에 출범하여 현재 2,000여명의 회원이 동참해 약 2,204억 원의 약정금액이 누적되었다. 기부된 돈은 기초생계, 교육, 주거 개선, 의료 지원 등 폭넓은 분야에 고르게 전달되고 있다.

 

30년간 1조5천억원 이상을 기부한 홍콩부자 이야기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92세) 전 청쿵홀딩스 회장. 2019년 3월 포브스 기준 266억 달러(약 32조 원)의 재산으로 세계 28위 부자다. 그의 사업은 크게 부동산, 항만, 통신 분야로 나뉜다. 플라스틱 조화를 만들던 중소기업인이 거부로 도약한 시점은 1960년대 말. 문화대혁명 여파로 홍콩 부동산 값까지 급락하자 그는 알짜배기 부동산을 사들여 떼돈을 벌었다. 이후 1980년대 초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자 본토에서 거의 최초로 사업을 벌였다. 경제 성장에는 물류 인프라가 필수이던 시절, 그는 상하이 컨테이너 터미널, 광저우∼주하이 고속도로, 선전 매립지 개발 등 주요 사업에 모두 관여했다. 그는 또한 1980년에 자선재단을 설립해 30년간 약 1조5천억이 넘는 돈을 사회로 환원했다. 아시아의 기부문화를 이끌고 있는 리 회장의 기부철학은 ‘用之有道’이다. 그는 평소“나는 재물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다. 재산을 불릴 때도 도리에 따라야 하며 쓸 때도 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기부로 빈부 격차 갈등을 풀어가는 미국

1%의 부자들이 전체 부(富)의 30% 이상을 가진 미국은 OECD 국가중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상위권에 속한다. 1% 부자들의 재산은 하위 90%에 속한 사람들 재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기업의 CEO 보수가 평균 155억원으로 일반 직원들 평균 연봉에 비해 300배 이상 많다.

민간 경제예측기관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8년 S&P 500 기업 CEO들의 연봉 중간값은 1230만 달러(143억원)로 지난해에 비해 4% 증가했다. 상위 그룹은 2200만 달러(256억원)가 넘었고 최하위 CEO 그룹도 600만 달러(70억원)를 넘었다. 유럽과 일본에 비해 최소 두 배에서 아홉 배 차이가 났다. 일반인들은 그들의 엄청난 몸값에 대해 선망보다는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뉴욕포스트 신문은 “천천히 해먹어, 이 탐욕스러운 자식들아”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을 정도다.

다행히 미국은 세금이 아닌 기부로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세계 3위(2019년 12월 3일 기준) 부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재산이 127조원이다. 그는 1994년에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미국 전체 자선 재산의 40%에 이르는 수준의 금액을 기부해왔으며,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95%를 모두 사회에 환원키로 약속해 23년간 59조원(2017년 기준)을 기부했다. 또한 ‘재산의 절반 이상 기부하기’ 캠페인을 전개해 억만장자 약 40명이 동참했고, 이들이 약정한 금액은 최소 175조에 달한다.

재산의 99%를 선뜻 내놓기로 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1%보다 많이 쓴다고 나의 가족들이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 그러나 나머지 99%가 다른 사람들의 복지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미국 시민으로 사는 것, 운 좋게 받은 돈, 돈 잘 버는 유전자, 그리고 다양한 관심 덕분에 부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혼자 잘나서 번 돈이 아니니 사회에 돌려주는 게 지당하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최악인 나라 미국은 아낌없이 나누는 부자들의 나라인 덕에 큰 탈 없이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특징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평생 검약한 생활로 모은 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78년 충북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고 고인이 된 김영례 씨를 시작으로 카톨릭대에 15억원을 기부한 김경임 씨, 평택대학에 50억 상당의 땅을 기증한 윤혜성 씨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기부에 할머니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억척할머니라 불리는 이들은 콩나물 장사, 이불 행상, 잡일 등 가리지 않고 평생 몸으로 번 돈을 단체나 학교 등에 적게는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기부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당시 구순을 바라보는 김용철 씨가 평생 모은 1백억원대의 전 재산을 국가 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국방부에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광주에서 중소 섬유공장을 운영했던 그는 공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을 바탕으로 재산을 일궈내며 평생을 검소하게 모은 재산이었다. 2008년에는 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인 류근철 박사가 전 재산 578억원을 한국 과학영재의 산실인 KAIST에 기부했다. 그가 수백억 재산을 후학들에게 아낌없이 내놓은 동기가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고위직을 지낸 명사가 모교 행사에 참석해 자신은 단돈 1만원도 기부하지 않으면서 기부를 독려하는 말만 하는 것을 듣고 실망했다고. 류박사의 솔선수범 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KAIST에 크고작은 기부 건이 접수되었다니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사회환원 의지 높아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산 안 남기기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자녀들에게 재산 물려준다는 의지가 더 강했고,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식이 그리 두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후 100세 장수시대를 예견하기 때문에 본인들의 노후 자금도 빠듯하므로 자식들에게 상속한다는 인식이 많이 사라진 편이다. 이들은 70년대부터 잘사는 고국에 대한 열망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개척한 세대들이다. 그리고 자식 뒷바라지에 청춘을 다 바쳤다고 할 정도로 교육열이 강했다. 이제 이들은 “재산은 우리가 쓰다가 남으면 사회에 기부할 것”을 선포하며 자식들로 하여금 자립적인 인생을 열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허나 현실은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은 수십년간 자녀들 학업과 혼사 뒷바라지를 마치고 나면, 돈 걱정없이 노후를 즐기며 살 정도의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부와 나눔은 돈 많은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소액 기부가 대부분이다. 부자들의 인색함 보다는 한국 사람들의 성품이 잘 반영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콩 한 알도 나누어 먹는다는 인정 많은 우리나라의 서민 정서를 의미한다.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에서 25년간 일했던 박명윤 씨는 매달 유엔에서 받는 연금 중 매월 100만원을 저축해 1천만원이 모아지면 기부할 곳을 찾아다녔다. 그는 퇴직 후 10년간 해외여행 한번 가지도 않고 하루 용돈을 5천원으로 줄이고 택시 대신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모은 1억원을 회갑잔치 대신 장학기금과 복지단체에 기부했다. 팔순 때까지 다시 1억을 모아 기부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사회지도층이 회갑에 1억, 고희에 1억을 사회에 기부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시장에서 일하는 할머니들도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 수십억원을 기부하는데, 지도층 인사들이라면 사회의 도움으로 쌓은 부의 일부를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지 935호(강남포스트 12월 4일 발행)에 소개된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도 한 사업가가 2000년에 5억원을 기부해 설립했지만, 20년 가까이 150여명 개인 후원자들이 꾸준하게 기부하며 어려운 나라와 이웃들을 돕고 있다.

 

조그만 실천이 나눔의 즐거움으로 변하다

소액기부가 습관이 된 사람이 기부단체로부터 상을 받은 일이 있다. 온라인 기부 플렛폼 해피빈에서 클릭 하나만으로 기부를 하는 방법으로 최다 기부 횟수를 기록한 김용환 씨다. 그는 2007년 12월부터 거의 매일 인터넷에 들어가 해피빈 1만8천여회 이상을 기부해 총 기부 금액이 513만원이 넘어섰다고.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이를 계기로 좋은 일 하는 단체들과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이 생활의 단비와 같다고 한다.

기부란 돈을 내는 것만도 아니다. 자신이 쌓은 경력이나 재능을 사회나 어려운 단체를 통해 봉사하는 ‘재능나눔’도 기부문화의 한 형태이다. 돈을 기부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재능의 하나인 돈 버는 재능을 나누는 것이다. 이제 돈이 없어서 기부 못한다는 말을 하기 보다는, 내가 가진 것 중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 더욱 풍성해지는 삶의 비밀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유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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