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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먹거리 명인(名人)탐방> 건강한 땅이 키우는 전통먹거리 보물창고 '가평 소석원(小石園) 한경숙 원장'
강남포스트 유진희 기자 | 승인 2020.11.05 21:50

‘맛있는 장맛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맛

있는 음식은 건강한 밥상을 만든다’

 

가평 소석원(小石園) 한경숙 원장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러 들어간 터에서 2막 인생의 삶을 의미 있게 펼치고 사는 소석원 한경숙(61) 원장을 찾아가 보았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임초리에 위치한 3000평 땅에 소나무를 정원수로 가꾸며 전통장 농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가평군에서 인정한 전통먹거리 명인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소석원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의 호젓한 산길에 자리잡고 있어 늘 밝은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는 곳이다. 소석원 대표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들이 장식돼 있는 식물원은 200여 종의 야생화와 다양한 약초가 자라고 있고, 예쁜 돌계단 근처 넓은 장독대 공간에는 수백 개의 장독 항아리가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한경숙 원장은 가평군 내 유치원들의 요청으로 아이들을 위한 1500포기 유기농김치 담그기 행사와 일반인 김장담그기 체험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원장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그의 건강먹거리에 대한 노력과 열정에 대한 믿음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석원을 찾아와 자녀들을 위한 먹거리를 주문하고 구매할 뿐만 아니라 봄, 가을에는 각종 장 담그기와 김치 담그기 체험행사 등을 요청해 매년 이맘때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낸다. 작년까지만 해도 20명 미만 소규모 식사모임을 위한 산들정식을 예약제로 운영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약이 많이 줄어 오히려 먹거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초여름 공사를 시작한 체험장은 지난달 완공해 벌써 수차례 ‘전통장담그기’와 ‘김장담그기’ 신청을 받아 진행 중이다.
한경숙 원장은 어쩌다 가평에 정착해 청정먹거리 일을 하게 되었을까. 그의 2막 인생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가평에서 건강 찾고 2막 인생 시작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건강, 재산, 가족, 인간관계, 사업을 통해 몇 번의 고비를 맞게 되듯 그가 가평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그의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한 원장은 20대에 미용을 시작해 15년 가까이 미용실을 운영했었다. 첫 결혼에서 두 아들을 낳고 이혼을 해 하루아침에 가장의 무게를 안고 열심히 일하던 중 잦은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서 인파선급성결핵 진단을 받은 그는 가족들과 상의해 모든 것을 접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1998년도에 가평으로 이사 왔다.

건강이 거의 회복되자, 한 원장은 지인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재혼을 했다. 남편 이정치(78) 씨는 한경숙 원장을 만나기 5년 전에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한 원장의 남편은 17살 연상이지만 든든하고 살뜰함이 있어 재혼 후 함께 건강도 챙길 겸 해서 둘이서 전국으로 먹방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특히 전라도 고흥에 자주 갔는데, 어느 날 골동품상을 들러보는데 크고 푸짐한 장항아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 항아리들이 너무 좋아 무작정 항아리를 수집하다보니 어느새 마당에 300여 개가 늘어져 멋진 풍경이 되었다.

어느 날  친정어머니가 수집한 장독을 그냥 비워두지 말고 장이나 담가보라며 국산 메주콩을 10가마니나 사왔다.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어머니와 함께 첫 메주를 만들었으나 발효가 잘못되어 콩 10가마를 몽땅 버리게 되었다. 비싼 국산  콩을 아깝게 버리게 되자 그는 제대로 장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가평농업기술센터 클린대학에 들어가 농식품을 공부하고, 경기농업기술원에서 향토음식, 계절식품, 이바지음식도 배워 향토음식소물리과를 졸업했다. 그러고 우리음식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그녀는 남편과 전국 장맛을 찾아다니면서 연구를 이어갔는데, 지역마다 항아리 모양도 장맛도 발효방식도 다 달라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한 원장은 가평에 어울리는 장을 만들자고 결심하고, 자신만의 장맛을 개발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이 결과 2008년도에 원하던 맛이 나왔다. 그는 자신만의 장맛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더 좋은 장맛을 찾기 위해 지금도 건강한 장맛연구를 다양하게 실험 중이다. 장맛은 콩 원재료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그는 반드시 국내산 메주콩으로만 사용하고, 가평의 약수물, 3년 이상 된 송화소금 그리고 주인의 마음, 이 네 가지가 정직하게 잘 지켜져야만 먹는 사람에게 약이 되는 좋은 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원장은 메주를 띄울 때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발효방으로 가 문안인사 후 발효 상태를 살펴 뒤집어놓고, 점심 식사 후 그리고 늦은 오후 등 하루 세 번씩 펼쳐놓고 뒤집어놓고를 반복하느라 열흘 동안은 외출도 삼간다고 한다. 올해로 가평에서 생활한 지 22년째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종일 장만들기 생활에 여념이 없다.

 

1막 인생 재능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

보통 2막 인생을 살게 되면 1막 인생의 생업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한 원장은 미용업에 종사한 재능을 2막 인생에서 이웃과 소통하며 더 소중하게 나누고 있다. 동네 어르신과 주민들에게는 거의 봉사를 하지만, 워낙 손재수가 좋은 그의 미용 실력을 아는 많은 지인들이 서울에서 찾아오기에 소석원은 늘 사람들이 머문다.

한 원장 부부는 2006년도에 현재의 땅을 구입해 소석원을 설립하고 전통장담그기를 시작했다. 소석원 명칭은 남편의 아호 ‘小石’ 작은 돌이라는 뜻을 받아 지었다. 남편은 소나무 조경과 나비 채집에 취미를 붙여 소석원 정원을 정갈하고 아름답게 가꾸었다. 남편은 운동 삼아 시작한 나비 채집에 취미를 붙여 무척 행복해 한다. 한 원장은 남편이 채집한 수천종의 나비를 표본으로 만들어 전시할 수 있는 나비전시관을 지어, 남편의 놀이터 겸 가평 주민과 방문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나비를 워낙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취미방을 제대로 꾸며 사람들과 소통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자신이 남편을 위해 하고픈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3000평 소석원을 가꾸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날 남편이 한숨을 푹푹 쉬길래 물어보니, 당신 모르게 5억원 가까운 빚을 지고 전전긍긍해왔다고 고백하더란다. 한 원장은 속 깊은 남편인데 내가 뭐 그리 겁이나 말 못한 건가 고민이 되었다. 다음날 남편에게 그동안 왜 말을 안했냐고 물어보니, 남편은 어린 아내 고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말 안한 게 더 큰 죄라고 대답했다. 고민 끝에 한 원장은 소유한 땅의 일부를 팔아 남편 빚부터 정리했다. 남편은 빚이 정리되자 차를 바꾸고 싶어 했다. 한 원장은 남자는 칠십 넘어도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15년 된 차를 잘 사용한 남편 마음이 이해되어 자신의 종자돈을 탈탈 털어 남편에게 새 차를 선물했다.

 

소석원에서 나누는 건강밥상

소석원은 건강밥상과 관련된 먹거리 사업도 하고 있다. 3000평 땅에 채소와 나물을 다양하게 가꾸다보니 그의 손맛을 아는 사람들이 자연음식 메뉴를 중심으로 20명 정도 인원만 받는 예약식사도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는 소석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근처 맛집을 다니게 했는데, 오히려 소석원 정원에서 소규모 파티와 생일, 회갑잔치를 할 수 없겠냐는 문의를 받게 되었다. 사람들 입맛 맞추기가 어렵기만 한 그는 여러 번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점심행사 예약을 몇 번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났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너무 예약이 많아 거절할 정도였다. 소석원 예약 점심식사는 좋은 맛과 가성비로 소문이 나 있다. 15~30명 정도 인원이 1인당 2~3만원 정도면 불고기와 묵은지찜, 나물 등 13가지 반찬이 나오는 건강한 유기농 밥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운영하지 않지만, 내년 봄부터 다시 예약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정 발효 먹거리 보물창고 소석원

소석원에서 만드는 전통장의 종류는 15가지 정도다. 저염으로 만든 만능된장, 잣고추장, 토마토고추장, 언제든 비빔밥을 만들어먹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으로 만들어진 자연양념고추장, 복숭아고추장, 사과고추장, 젓갈류, 스파게티 소스까지 다양하다. 물론 훨씬 더 많은 장맛을 개발했지만, 소품종 명품을 지키기 위해 소석원 대표맛을 엄선했다.

장삿속으로 운영하자면 다품종 대량 생산을 해야겠지만, 소석원의 모든 제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직접 손으로 콩을 골라내 씻고, 물 맞춰 삶고, 메주 띄우고, 발효기간 관리, 장 담그는 모든 절차를 손맛으로 진행하므로 그 정성 담긴 값어치는 돈으로 매길 수가 없다. 그래서 슈퍼에서 싼값에 장을 사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금액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개인이 일일이 그 과정을 진행한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도 맛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에 속한다.

그는 이번 추석 때 소석정 고급 장맛 세트를 만들어 완판하는 호응을 얻자, 일반인들에게도 선보일 계획이다. 저염비빔간장과 국간장을 간편하게 먹기 위해 스틱20g 제품도 개발 중이다. 가평에서 직접 농사지어 만든 전통장류와 현대적 감성을 더한 고추장, 발효초 등 전통에서 퓨전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소석원은 재미있는 공간들이 많다. 전통 아궁이와 가마솥 메주 쑤는 곳, 발효식품을 보관하는 방, 발효식품들이 가득한 저온창고 등 장맛보물창고 같았다. 진심담긴 정성이 들어간 자연건강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 그 일을 위해 수많은  세월을 투자한 사람들, 그 꿈이 이루어진 공간은 더 아름답다. ‘맛있는 장맛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은 건강한 밥상을 만든다’는 한경숙 원장, 오늘도 그는 보다 좋은 전통의 장맛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강남포스트 유진희 기자  webmaster@ig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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