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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母情)황평연 서울지방병무청장
강남포스트 | 승인 2017.04.12 00:27

추위가 맹위를 떨쳤던 작년 12월, 10년간 가출했다 돌아온 아들을 재회 한 달 만에 다시 군대로 떠나보내야 했던 한 엄마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돌연 가출하여 연락이 두절된 아들. 순하고 착한, 바라만 봐도 행복했던 아이를 잃고서 몽매간에도 잊지 못하며 보냈을 지난날들이 능히 짐작되고도 남아 가슴이 몹시 아렸다.

아들이 행방불명이었음에도 그간 병무청에 꾸준히 병역 관련 문의를 해온 기록으로 보아 아들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각별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로 고된 훈련들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한참 어린 동생들과 별 탈 없이 어울려 군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그 덕일까.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는 나이를 초과하기 불과 4일 전에 입영한 아들은 현재까지 무사히 몸 건강하게 군 복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귀가자 감축 및 인도 인접 협조차 28사단을 방문했다. 까까머리 앳된 청년들의 입영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 뭉클해진다. 배웅 나온 부모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입영식이 끝나고 연병장을 벗어나기 직전 아들의 뒷모습을 마지막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기 위해 우르르 경계선에 모여들어 목을 있는 대로 늘이고 서 있는 그들.

그로부터 연출된 밀도감과 간절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예나 지금이나 눈시울 적시는 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부모의 품과는 다른 낯선 울타리 안에서의 2년간의 생활, 그리고 거기서 겪는 새로운 삶의 경험들이 우리네 아들들에게 의미 있는 성장의 기회를 부여해줄지, 혹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기게 될지 부모로서는 속히 예단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한다. 특히나 최근 핵과 미사일 동시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극대화된 가운데 국가의 최전선에 생때같은 아들을 두고 오는 부모의 마음이란 쉽사리 말로 형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리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이들을 향해 ‘신의 아들’이니 ‘장군의 아들’이니 하는 별칭이 붙곤 했다. 반대로, 현역 그것도 전방으로 입대한 경우엔 마치 그 부모가 한없이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인 것처럼, 그러니까 그게 다 부모님이 모자란 탓이거니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자조 섞인 우스개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마냥 우스개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최근에는 부모들이 아들의 입영 문제에 과거와는 달리 적극 관여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기에 그렇다. 원하는 시기, 원하는 분야에 입영시키기 위해 재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동분서주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흡사 대학입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전에 없던 신 풍속도인 것이다.

이를 단지 엄마들의 극성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그들의 심정에 공감하면서 소통하고 입영과 관련된 여러 궁금증들을 해소해줄 의무가 우리 병무청에 있다. 실제로 병무청에서는 이러한 의무감을 바탕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개발, 홍보 중에 있으며, 특히 자원병역이행자 부모초청설명회라든지 병역판정검사 체험행사 등을 통하여 병역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로써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의 심적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한편으로는 직접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대한건아들에게 긍정적 사고와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더 바랄 게 없겠다. 입영대상자는 물론 그 부모까지도 이제는 우리가 품고 보살펴야 할 고객이자 가족인 것이다.

연병장을 벗어나 훈련소로 꺾어 들어간 아들이 하루하루 힘든 훈련을 잘 이겨내고 마침내 위풍당당한 대한의 남아로 거듭나기를, 그리고 2년간의 병영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부모의 품에 안기는 날이 속히 오기를 오늘도 한반도 전국의 모든 엄마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그 기도의 소리를 우리는 늘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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