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신년기획/베이비부머의 은퇴없는 삶 2
본지는 2020신년기획으로 올해부터 노년층으로 입성하는 베이비붐세대(1955년생~1963년생)에 대한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일하는 시니어들의 중심세대인 ‘베이비부머(baby-boomer)의 은퇴없는 삶’을 위한 정보(일에 대한 철학, 사회적 영향과 경제관, 취미생활과 열정)를 살펴보고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준비를 제안하며 고령화 시대에 희망을 제시하는 대한민국 중심세대가 되길 기대해본다.(편집자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다, 뉴시니어/액티브시니어
정일화(정치학 박사, 한국일보 전 워싱턴특파원, 사단법인 청지기교육연구원이사장)
2020년, 인구 자연감소 시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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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55년생 71만여명은 전철 공짜로 탈 수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주민등록 인구는 727만6311명다(통계청 2018년 말 기준). 현재 65세 이상 노인(765만408명)과 맞먹을 정도다. 약 10년 뒤 지금의 노인과 비슷한 규모의 노인 집단이 더 생긴다는 의미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69만~92만명의 베이비부머가 노인 세대로 진입한다. 2025년이면 1050만명으로 늘면서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2050년 1900만7000명에 이를 때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2020년이 인구 자연감소 시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2019년 10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의 자연 증가분이 128명에 그쳤다”고 했다. 출생아 수는 급감하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사회적 특징 여섯 가지
첫째, 2020년 노인대열에 합류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34만명씩 감소한다. 이를 노동력이 증가하는 ‘인구보너스’와는 반대로 ‘인구마이너스’시대라 칭한다.
둘째, 1958년생부터 고교평준화가 시작되어 첫 ‘뺑뺑이세대’로 불리고, 초혼연령은 25.7세(현재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9세, 여자30.2세)다.
셋째, 한참 일할 나이 35~44세에 IMF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명퇴의 아픔을 맛보며, 2010년부터 베이비붐 조기은퇴가 시작되었다.
넷째, 대한민국 최초의 부포족(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 받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으로 불림.
다섯째, 늘어난 수명으로 30년 이상의 노후 생활을 대비해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여섯째, 뉴시니어, 액티브시니어이다. 베이비부머 중 경제력 갖춰 은퇴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며, 인터넷 세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기기를 잘 활용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첫 노년세대로 50대의 55.2%. 60대의 33.8%가 인터넷 이용(2010년 기준).
58년생 개띠들이 연금받기 시작
강원도 원주에 사는 1958년생 정현주 씨는 한 달 전 면사무소에서 기초연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별로 기쁘지가 않았다.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 나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10년 정도는 건강에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62살에 도달하는 76만명 '58년 개띠'들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기초연금 지급 대상 선정기준액을 행정 예고했다. 노인 단독가구는 월소득 137만 원에서 148만 원으로, 노인 부부가구의 경우 월소득 219만 2천 원에서 236만 8천 원으로 상향조정된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70% 수준이 되도록 설정한 기준금액으로, 정부는 매년 달라지는 소득 분포와 임금, 물가 상승률 등 경제지표를 반영해 매년 1월 조정해 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기준선정액 상향에 이어 기초연금 30만 원 지급대상을 기존 소득 하위 20%에서 40%로 확대해 지급할 예정이다. 기초연금은 반드시 주소지 관할의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해야 받을 수 있으며, 2020년에 만 65세가 되는 경우 생일이 속한 달의 한 달 전부터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노후 준비 부족해 65%가 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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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일하는 고령층 비율이 OECD 나라 중 최고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1~2위였다. 2018년 기준으로 65~69세는 47.6%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 70~74세는 35.3%로 1위였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준비가 부족해서다. 통계청의 201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55~79세)는 64.9%에 달했는데, 이유는 생활비 보탬(60.2%)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일하는 즐거움(32.8%)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일을 해야 하는 노인'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 노인의 은퇴(평균 72.3세) 후 기대여명(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의 평균 생존 연수)은 남성이 12.9년, 여성은 16.3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OECD 회원국 평균 은퇴 연령은 남성이 65.4세, 여성이 63.7세, 은퇴 후 기대여명은 각각 17.8년과 22.5년이었다.
한국인 55~75세 삶의 만족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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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으로 55~64세 397명, 65~75세 273명 등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고령층(55~75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14점이라고 발표했다. 55~64세는 6.29점, 65~75세는 5.89점이 나와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혼인 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6.29점, 자녀까지 있는 경우 6.4점대의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별거·이혼·사별)는 5.3점대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65세 이상 절반 이상(51.5%)이 현재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초고령 국가 일본의 노후자금 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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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작년에 금융청이 “65세(남)·60세(여) 부부의 노후자금이 2000만엔(약 2억1618만원)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회학자들은 “어려서부터 ‘돈이란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고령 세대에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보다 노후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국내 연금 전문가들은 “최소 3억3000만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노년 부부의 월 소득은 국민연금 45만원과 기초연금 40만원, 기타 소득 21만원, 평균 저축액(5371만원)을 쪼갠 24만원 등 130만원이다. 이 금액으로는 월 적정 생활비(243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월 113만원씩 빚을 져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한국 50대 가구주의 경제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제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60대이상 대출증가율이 년9.9%, 담보대출 비율도 84.7%로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상환압박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한다. 연소득 대비해 가계대출비중이 60대이상이 254%, 70대이상은 395%다.
가족 생계의 짐을 진 베이비부머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삶은 양극화가 아주 심각하다. 열심히 벌고 모아 높은 연금과 자산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고소득층도 많지만, 상당수가 자신들의 노후 준비가 아주 부실한 상태다. 원인은 자녀 부양, 부모 봉양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온 ‘낀세대’라 칭하는 베이비부머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주택연금을 적극 활용하고 재취업을 하지만, 자녀층인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 결국 60대 부모가 경제적인 짐을 계속 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개인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부담을 나누어야 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60대 노인이 80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어느 한 주체가 모두 맡는 것은 어렵다. 개인과 가정, 가족, 공동체, 국가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포스트부머(post-boomer)
베이비부머 입장에서 염려스러운 것은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포스트부머(post-boomer) 세대의 전반적인 문화와 정서, 그리고 가치관이다. 포스트부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근검절약이나 자수성가의 절박함과 거리가 멀다. 소비주의에 익숙하고 문화자본도 풍부한 편이다. 글로벌, 디지털, 메트로폴리탄 세대 또한 바로 그들이 시작이다. 다분히 개인주의적이어서 인간관계는 비누처럼 매끄럽고 위생적이다. 남들 앞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적 지향을 세련되게, 의리보다는 재미, 열정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성향은 포스트부머 엘리트들의 생존법이자 처세술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58년 개띠 세대의 퇴장은 한국 현대사에서 한 시대의 확실한 고별을 상징할지 모른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925년에서 1930년 사이에 출생한 미국의 '공민세대(civic generation)'와 닮았다. 미국 역대 어느 세대에 비해 그들은 가족이나 국가 같은 공동체적 가치에 충실했다. 투표율이 가장 높았고,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했으며, 책과 신문을 가장 열심히 읽었고, 이웃에게 가장 많이 베푼 것이 바로 그 세대였다.
경제성장과 실버산업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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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베이비부머는 이제 노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위 실버산업의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어느 세대보다 큰 구매력을 가진 은퇴한 세대인 것이다. 물론 양극화는 이 세대의 경제력에서도 나타난다. 전쟁 후의 평화와 경제 발전의 상징과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징은 한마디로 직장생활에 올인한 산업역군들 그 자체였다. 야근은 기본이고, 일요일 근무도 마다않았고 토요일 휴무는 2000년 초나 되어야 실시되었다. 그들은 애들이 키 크는 모습을 서있는 모습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누워서 자라는 것을 본다는 애기들을 했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집에 들어가면 늘 아이들은 자고 있었고,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을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의 주역이었던 그들의 헌신으로 소득3만불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사회가 원하는 직장인의 역할에 올인하다보니,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던 그 아버지들이 이제 퇴직을, 또는 퇴직준비를 하고 있다.
적게 벌고 소비를 줄인다
베이비부머는 나름 호황 경제 속에 흑자인생을 유지해 왔지만, 현실은 자녀부양, 부모공양, 본인노후 3중고에 시달려왔다. 경제적 책임감으로 은퇴 후에도 쉬지않고 재취업을 하지만, 대신 적게 벌고 소비를 줄이는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며 떳떳하게 자신의 몫을 감당하려 한다. 이것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삶으로 자신을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내외 관광산업 발전에서도 소비자로서 주고객층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10년 후에는 사회적으로 더 큰 쇼크가 온다. 베이비부머가 75세가 되는 해부터 거대인구의 의료와 간병 문제가 한국 사회의 최대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년인구의 증가로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심화된다. 의료문제로 도시 거주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울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은퇴이민을 준비했지만
필리핀, 호주, 캐나다 등으로 은퇴이민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2006년도 TV에서 필리핀 바기오란 도시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한국 은퇴군인 생활을 그린 프로였는데, 군인연금 월 200만원이면 필리핀에서는 대궐같은 집에서 기사와 가정부 고용해서 임금처럼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필리핀 집세가 월 50~60만원, 기사나 가정부 월급이 10~20만원이면 충분했으니 10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100만원을 가지고 골프나 여행 등 여가비로 쓰면 되었다. 허나 몇년 지나 필리핀 물가도 많이 오르고, 또한 한인들이 많이 몰려사는 클락이나 바기오, 마닐라, 세부 같은 도시들은 집세가 두 배 이상 올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민생활에 성공해 한국에서 보다 훨씬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누리고 사는 은퇴이민자들도 적지 않다. 반대로 어느 대기업 임원 은퇴자는 총 재산 10억을 들고 투자이민을 떠나 집과 차를 사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파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사례로 적지 않다.
낭만세대로 다시 돌아오다
베이비붐세대가 20대의 청춘을 구가하던 1970년대는 생활의 질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한 시대였다. 1970년에 컬러필름과 화장지가 등장했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1974년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었다. 1975년에는 용평스키장이, 1976년에는 용인 자연농원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79년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장발 그리고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다. 같은 세대는 아니었지만 양희은, 송창식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통기타 가수들에게 열광하고, 영화 「별들의 고향」과 「바보들의 행진」에 열광했던 세대가 바로 지금의 베이비붐세대였다.
1977년부터 시작된 MBC대학가요제도 베이비붐세대의 문화를 대변한다. 문화적 억압기에 대학가요제는 문화의 분출구 기능을 했다. 1977년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1978년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1979년 김학래와 임철우의 '내가' 등 대상을 받은 곡들은 모두 대학가에서 애창곡으로 불렸다. 이러한 노래들은 최근 중년세대를 위한 7080콘서트에서도 당시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불리고 있다.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이며 최고의 고객
중년세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젊은 세대와의 디지털 격차이다. 대학 시절에 컴퓨터를 다뤄볼 기회가 없었거나 적었던 이들의 컴퓨터 실력은 겨우 문서를 작성하거나 메일을 체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베이비붐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 사이에 ‘낀 세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소통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에 ‘미스트롯’이라는 TV프로그램이 생기기 전까진 20년간 문화적으로도 베이비부머는 찬밥 신세였다. 텔레비전을 켜도 즐길 만한 것도 없으며, 신나는 일이 없을까 밖으로 눈을 돌려봐도 갈 만한 공연장 하나도 변변하지 않았다. 이제 트롯가요 열기의 TV 시청자층 주체는 베이비부머들이 되었다. 젊은 미스트롯 우승자들은 요즘 가요계 아이돌 못지않는 인기를 누리며 새로운 가요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부모같은 50~60대들이 그들의 팬들이 되어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공연티켓이 매진되는 등 주 고객층이 된 것이다. 이제는 방송사들이 앞을 다투어 중년층을 겨냥한 음악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정일화 webmaster@ig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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