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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강남포스트 유진희 기자 | 승인 2020.01.22 20:14

 


2020신년기획/베이비부머의 은퇴없는 삶 3

 

본지는 2020신년기획으로 올해부터 노년층으로 입성하는 베이비붐세대(1955년생~1963년생)에 대한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일하는 시니어들의 중심세대인 ‘베이비부머(baby-boomer)의 은퇴없는 삶’을 위한 정보(일에 대한 철학, 사회적 영향과 경제관, 취미생활과 열정)를 살펴보고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준비를 제안하며 고령화 시대에 희망을 제시하는 대한민국 중심세대가 되길 기대해본다.(편집자주)


베이비붐세대 2막인생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유진희(저널리스트, 앙코르라이프 발행인, 현 강남포스트 대표)


자신을 위한 축제를 즐겨라
 ‘추억’이라는 정서를 건드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7080문화상품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7080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본격적인 알짜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이미 2000년대 초, ‘당신의 70년대를 노래합니다’라는 ‘포크 빅4 콘서트(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양희은)’가 연회 매진되었다. 방송에서는 10대에게, 콘서트에서는 20대에게 밀려 문화를 누리지 못하던 70~80학번의 열정으로 ‘조용필 콘서트’ ‘나훈아 디너쇼’ 및 송창식, 최백호, 윤시내 등이 나오는 ‘오색오감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했던 것이다.

7080문화는 TV에도 화려하게 등장했다. 샌드페블즈, 옥슨80, 건아들 등 1970~1980년대 감성을 간직한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출신 그룹들이 출연하는 ‘7080 콘서트’ 스튜디오는 중년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졌고, 아예 밖으로 나가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16개 도시를 돌며 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스웨덴 팝 그룹인 ‘아바’의 히트곡으로 무장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객석은 40대 이상이 50%를 차지했고, ‘에쿠우스’ ‘관객모독’ 등 국내에 소개된 지 20년을 훌쩍 넘긴 연극계 히트작을 한 자리에 모은 '연극열전' 시리즈 역시 중년 관객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뉴식스티(New sixty)’
베이비붐세대는 새로운 60대 ‘뉴식스티(New sixty)’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60대는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하는 나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바로 ‘뉴식스티’이다. ‘뉴식스티’는 선진국에서 먼저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6년 6월 8일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60세에 모델로 데뷔한 프랑스인 ‘필립 두마스(Philippe Dumas)’를 소개했다. 그는 은퇴 후 모델이 되려고 자기관리를 했고, 자신의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패션계의 눈에 띄어 화보 촬영을 비롯해 본격적인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각 나라마다 비슷한  ‘뉴식스티’ 대표적 인물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성공적인 2막인생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중년들도 과거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학원을 찾아다니며 2막인생을 가꾸고 있다. 이들의 열정에 발맞추어 작년에는 국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연극학 전공으로 시니어 모델과정을 신설했고, 기타 몇몇 대학에서 비슷한 과정을 준비중이며, 시니어모델 전문학원도 곳곳에 생겨나는 추세다.
사실 베이비붐세대 남자들은 여성들과 달리 패션이나 멋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었다. 먹고 사느라 여유가 없었던 그들은 은퇴후 처음으로 맞이한 여유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멋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의 60대 남자들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멋지게 나이 들고자 하는 중년 남자다. 그들의 도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될 것이다.

최근 핫한 60대 모델 ‘김칠두’
요새 핫이슈는 올해 만 65세가 된 모델 ‘김칠두’ 씨다. 2018년 3월, 서울 패션위크에서 은발을 휘날리며 런웨이를 걷는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 베이비부머뿐만 아니라 20대 젊은 층까지 사로잡았다. 평균적으로 수명이 짧은 모델직업을 고려했을 때 62세 데뷔라는 이력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었다.
1955년생 김칠두 씨는 베이비붐세대 맏형에 속하지만 그는 실버 모델이 아니다. 노인을 위한 패션쇼 무대가 아니라, 젊은 모델들과 경쟁하며 일하는 정규 모델이다. 그는 중장년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뿐 아니라,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도 함께 일하고 데뷔 1년도 안 돼 룩북(Look Book)을 10개나 찍었다. 181cm의 키와 굵고 깊은 주름이 파인 얼굴, 흰색이 가득한 긴 머리와 긴 수염, 그의 존재는 SNS를 통해 알려져 언론 인터뷰가 쏟아졌고 대세의 상징인 CF까지 찍었다. 20대 모델을 압도할 만큼 카리스마와 유니크를 겸비한 60대 모델의 등장, 그를 원하는 패션 브랜드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난 김칠두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모델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순대 국밥집을 20년간 운영하고 있었다. 2017년, 아내는 식당 일을 해야 했고 아빠의 꿈을 응원했던 딸은 시니어 모델 학원을 수소문하고 100만원이나 되는 학원비를 보탰다. 그는 워킹에 촬영 연습까지 하루 4시간 수업을 들었다. 한 달 뒤 한 모델 회사에서 그를 찾아와 봄 패션위크 모델을 제안했다. 김칠두 씨의 모델 데뷔 이야기다.
현재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김칠두 씨는 “나는 행정적으로 노인일 뿐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 진짜 노인이다. 무대에 서는 게 젊은이의 로망이지 않나. 그런데 이 나이에 서니까 기적 같았다. 시니어 대표 모델로 세계 4대 패션쇼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그리고 장발...
우리는 가끔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지금의 20대도 언젠가 60대가 되듯이, 현재의 20대가 지금 60대의 과거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197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패션 자료를 보면 흥미롭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번진 히피문화의 일환으로 한국의 20대들도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장발 등을 스타일 코드로 받아들였다.
당시 대학생들에게 미니스커트와 청바지는 가장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었다. 1970년대 전후세대가 대학생으로 자랐을 무렵에도 청바지는 건방지고 불량한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유신과 독재정부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안일한 태도에 반항하고 옳지 않은 정책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청바지와 통기타는 베이비붐세대가 결코 잊지 못하는 추억이다. 그리고 이 패션문화는 단지 옷차림에 멈추지 않고 우리나라의 청년문화를 만들었다.
1970년대 독재정권 시절, 그 시대의 정부와 기성세대의 눈에는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장발로 대표되는 히피문화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였다. 미니스커트의 길이가 무릎 위 20cm 이상이면 단속 대상이었고, 경찰이 대나무자를 들고 치마길이와 장발청년들의 머리 길이를 확인했다. 1973년 ‘경범죄처벌법’ 개정 후 1980년까지 단속한 것을 보면, 20대들이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랬던 그들이 퇴직을 하고 풍족한 시간을 만났다. 멋 좀 부리고 놀아봤던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제 자라(ZARA),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를 입은 60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취미나 여행도 더 활동적으로 참여하며 남은 청춘을 만끽하려는 그들이 ‘뉴식스티’이고, 기업 입장에선 중요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주도 세대, 386세대는...
베이비붐세대와 386세대는 시대적으로 겹쳐진 면이 많다. 386세대를 소개하자면, 1960년대에 출생하여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사람들을 말한다. 60대에 접어들어 한국 사회의 중년세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정체성이 강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세대다. 1980년 광주항쟁에서부터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의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대학생활’ 중에 공유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386세대의 구매패턴은 보수적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물건을 살 때 어느 회사 제품인가를 먼저 따지며, 즐겨 찾는 브랜드를 계속 이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맥주를 선택할 때에도 특별한 불만이 없는 한 기존의 것을 또 찾는다. 또한 이들은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며,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면서도 절약하는 알뜰한 구매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촉하는 광고에 의존하여 구매하는 비율도 높다.
구매패턴이 보수적인 데 반해 386세대의 소비문화는 개방적이다. 김치, 된장찌개 같은 한식을 즐기지만 아침을 빵과 우유나 커피 한 잔으로 때우기도 한다. 신세대들을 위한 다이어트용 음식이나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외래 음식, 그리고 전통적인 보신용 음식 등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이른바 ‘잡식성’ 음식문화에 익숙하며 ‘국적 없는 음식’도 즐긴다. 이전 세대가 골동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였다면, 실용세대인 386세대는 합리적 가치관에 의해 소유가치보다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소비경향을 보인다.

입시지옥, 콩나물 교실 교육환경
800만 인구의 베이비붐세대는 ‘과밀과잉(過密過剩)’의 통과의례를 거쳐 왔고, 이는 받았던 교육에서도 잘 나타나 입시에 실패하면 인생의 낙오자로 분류되는 사회풍조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물자가 귀했던 시절인지라 몽당연필을 쓰는 것이 당연했고, 덕분에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물건을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던 1960년대 '콩나물 교실'은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을 교대로 진행하는 2부제 수업이 진행되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3부제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는 2부제 수업으로 한 반에 90여명을 수용했고, 재학생 숫자가 1970년 4월 1일에 122학급 1만166명에 달해 세계 최대의 학급수와 학생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평균 한 반 학생 수가 70명을 넘는 콩나물 교실 세대는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고, 부모들도 ‘일류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일생을 좌우한다.’는 믿음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치맛바람과 함께 과외열풍을 가져왔다.

치맛바람, 중고등학교 무시험제 도입
치맛바람은 어려웠던 시절을 어느 정도 벗어난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내 아이만큼은 잘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내 아이를 특별히 잘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강하게 불었던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은 이후 중학교 무시험제 실시로 약화되기는 했으나 교육 현장에서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과외 공부’ 역시 입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수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엔 명문 중학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류 중학교 입학률이 높은 초등학교도 이미 서열화가 되어 있었다. 덕수, 혜화, 수송 초등학교 등은 공립학교로 명성을 떨쳤으며, 이에 맞서 경복, 리라, 은석 초등학교 등 사립학교도 일류 중학교 입학 경쟁에 뛰어들었다.
물론 베이비붐세대 모두가 이러한 중학교 입시전쟁을 치른 것은 아니다. 1956년생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1969년부터 중학교 무시험제가 도입되자, 일단 일류 중학교와 일류 초등학교가 사라지게 되었고, 과외 열풍과 치맛바람도 고개를 숙였다.
중학교 무시험제의 도입으로 베이비붐세대의 입시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명문고 입학을 위한 전투는 고등학교 무시험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인생의 낙오자로 분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베이비붐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조기유학 붐은 바로 베이비붐세대의 자녀들부터 본격화되었고, 베이붐세대 아버지들은 유학간 자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기러기아빠’가 많았다.

페미니즘 시대를 선언 
남성과 여성에 대한 베이비붐세대의 인식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다. 이전 세대에서는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남성 우위의 가치관과 생활스타일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면, 베이비붐세대는 여성이 최초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주장하기 시작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자아실현이나 자기발전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 독신자들이 급증했다. 그리고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퇴직’이라는 사회분위기를 극복했고, 이미 퇴직한 주부들도 시간제 고용 형태로 재취업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전 세대의 여성들은 주로 전업주부로서 훌륭한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한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으나, 베이비붐세대의 여성들은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가사의 기능적 분담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로 인해, 가사나 육아의 영역에서도 남편들의 참여도가 급증했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도모하는 바쁜 부부의 모습이 베이비붐세대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현실의 베이비부머들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 트로트 가수 김연자 씨가 부른 ‘아모르파티(amor fati)’ 노래는 현재 중년들에겐 최고의 애창곡이자 로망이다. ‘아모르파티’라는 말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용어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건 적극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운명에 딸려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면 그것이 ‘아모르파티’이고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아모르파티 가사 몇자 음미하며 연재를 마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 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강남포스트 유진희 기자  webmaster@ig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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