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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공학칼럼> 싸이버패밀리의 나들이, 곧 행복이다[1]
강남포스트 | 승인 2020.06.24 20:31

 

 

 

 

정형원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 이사,
전 누리데이타시스템 대표)

 

이정도는 잠을 설치며 거의 밤을 새웠다. 부족한 잠으로 목소리는 많이 잠겨 있다. 그는 수개월만의 나들이에 들떠서, 목청껏 환호하고 싶다. 도우미로 나선 기도인은 그의 심정을 잘 안다. “형, 어제 또 못 잤구나.” 기도인도 사실은 잠을 설쳤다. “도인아, 그간 잘 지냈어? 아침에 할머니한테 전화는 했지?” 이정도는 언어장애가 매우 심하다. 기도인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그나마 기도인이 18명의 설야가족 중에 가장 많이 알아듣는 편이다. 기도인은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1급지체장애인 이정도를 휠체어에 태웠다. 기도인은 이정도를  안아 올리면서 그의 체중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을 느낀다. 그간 어디 아픈 것일까, 걱정이다. 코로나19의 칩거가 건강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5년 전, 폐플라스틱처리공장의 화재로 부모를 잃은 김광균을 독고설야 할머니가 입양했다. 폐지를 모아 생계를 겨우 유지하지만, 구청에서 마련해준 집과 매달 지원받는 생활비가 두 식구 먹고사는 일에 그런대로 보탬이 된다. 결손아, 김광균을 입양하여 살고 있는 독고설야 할머니에게, 기도인은 이미 전화를 해 둔 것이다. “30분후에 모시러 갈게요, 할머니!”

나란희는 아침이 부산하다. 일찍 렌터카회사로 달렸다. 차량을 빌리기 위한 절차를 거친다. 언제나 그랬듯이 면허증을 보여준다. 카드로 30만원 사용료를 결제하고 20인승 버스를 빌린다. 금년 들어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고자 나들이 계획을 5개월째 접어 뒀던 것이다. 렌터카 사용계약은 매월1회 첫 일요일에 한 번씩 사용하기로 년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서류를 따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렌터카 유수일사장에게 오늘도 나란희는 함께 가자고 조르지만, 그는 다음으로 또 미룬다, 사용료 50만원을 30만원으로 할인해 주기 시작한 것도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는 나란희를 5년째 만난다. 설야가족에게 렌터카를 빌려주기 시작하는 것이 벌써 5년째이다. 유수일사장은 여전히 엶은 미소로 답한다. 그는 나란희가 마치 오랜 동안 사귀어 온 친구 같다고 생각한다. 장애로 태어난 딸아이가 또 생각난다. 장애를 못 이기고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내도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자동차 키를 받아 들고 인사를 하는 나란희가 딸 같기도 하고 아내 같기도 하다. 설야가족이 되기 힘든 그의 아픈 사연이다.

나란희는 장환노아(장애인, 환우, 노인, 결손아)가족 6명의 집을 1시간 안에 들려서 가족 모두를 9시 이전에 픽업해야 된다. 가족 모두 4km이내에 살고 있지만 여섯 집을 다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들은 대부분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에 살고 있어서, 집 앞까지 20인승 버스는 접근이 안 된다. 전동휠체어는 너무 무겁다. 나들이 때는 사용할 수가 없다. 접이식 수동휠체어를 준비한다. 그들은 언덕길에서 젊은 식구들의 등에 업힌다. 이정도의 나이는 기도인보다 5살이나 더 많지만, 나이어린 동생 등에 업히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계속된다. 언덕길 입구에서 잠시 기다린다. 이정도와 기도인 앞으로 버스가 접근한다. 빵빵 경적으로 인사를 한다. 나란희가 운전석에서 뛰어 내린다. 평소에는 서로 포옹을 하면서 만나곤 했지만, 코로나19로 손등과 팔등악수로 다섯 달 만에 만나는 기쁨을 나눈다. “오빠, 코로나 때문에 꼼짝 못했지? 어서 타. 고준오빠도 아마 명한이랑 기다리고 있을 거야. 고준오빠는 지난달에 복지관의 지원으로 휠체어를 새로 장만했다던데. 아랫집 할머니랑 광균이, 고민언니, 중한이…….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 거고. 오늘은 계명오빠가 염성마을의 소금온천으로 간다고 했어, 아마도 거의 1시간 반쯤은 걸릴 걸.” 설야가족은 온천욕을 함께 한 후에 냉면과 불고기로 회식을 하면서 떠드는 것이 너무 즐겁다. 5개월만의 나들이프로그램은 당연히 온천욕이다. 골목길 꺾어서, 역시 1급지체장애인 최고준을 유명한이 업고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다. 기도인이 언덕길을 달려 올라가 휠체어를 들고 내려온다. 골목길은 잰걸음으로도 5분이 넘게 걸린다. 건널목에 설야가족이 모두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6월 나들이 운전은 항상 나란희 몫이다. 매월 순번재로 12명이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기로 했다. 버스운전 때문에 나란희는 1급면허로 바꾸느라고 회사를 조퇴하곤 했다, 5년여 운전을 해보니 승용차나 20인승 버스나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설야가족 18명이 행복한치킨집 앞에 다 모였다. 행복한치킨집의 황보람과 함께 일하는 동업친구 남미화, 친절한세탁소의 하지만과 그의 아내 조용희, 상상초월PC방의 알바를 하면서 대학재학 중인 성숙민, ABC무역회사에서 경리를 맡고 있는 유명한, 가나다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습교사 정도만, 회복기술협동조합의 플랫폼개발관리담당 박사명과 홍보담당, 파워블로거 홍보석……. 설야가족은 서로 손등과 팔등악수로 인사를 나눈다. 포옹은 할 수가 없어서 흉내만 낸다. 구계명이 코로나는 아직도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온천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가족이 너무 좋아하니 수개월만의 나들이프로그램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싸이버패밀리가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더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설야가족의 여정은 이대로 좋은가, 더 좋은 방안이 없을까, 구계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잠시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접는다. 가족들의 안부도 물을 겸, 한 사람씩 호명한다. 버스는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다음 호에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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