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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공학칼럼>안부를 물으며 싸이버패밀리의 나들이는 시작된다[2]
강남포스트 | 승인 2020.07.15 19:40

 

 

 

 

정형원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 이사,
전 누리데이타시스템 대표

 

 “어떻게 지내셨는지 우리 식구들 이름을 한번 불러볼까요, 몇 달 만에. 마스크를 벗어야겠어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희곡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구계명이 설야가족의 가장이다. 간간히 글을 쓰다가 가족들을 일일이 불러보는 습관도 생기고, 그들을 위한 기도가 길어지기도 한다. “우리대장 독고설야할머니, 지난번에 드린 코로나부적은 아직 남아 있죠?”바이러스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이산화염소패치를 그들은 코로나부적으로 부르고 있다. 할머니는 가슴 속에서 복주머니처럼 메달아 놓은 코로나부적으로 꺼내 흔든다. “역시 할머니, 최고예요. 광균이는 집에서 말썽을 부리지는 않는지 걱정이네요. 막내는 학교 안가니까 너무 좋겠네.” 설야할머니는 코로나19 걱정보다는 손자와 함께 지내는 나날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김광균은 벌써 초등4학년이 되었다. 워낙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취학 전 과정을 거치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손자의 학업이 중위수준에 이르고 있으므로 다행으로 여긴다. “방학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어 죽겠는데.”가족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광균이 네 말이 맞아. 몇 달 묶이니까 너무 근질근질해. 정말 답답해 죽겠어.”

호칭부터 고민이 된다. 장환노아가족을 행복가족으로 명명하고, 12명의 후원가족을 보람가족으로 부르기로 했는데, 가족을 구분하는 것 같은 경계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려 보이면서, 그를 쳐다보는 모든 가족을 한 번 더 쭈욱 돌아본다. 서로들 눈을 맞춘다. 이어 다른 가족들의 안부도 물을 겸, 한 사람씩 호명한다.

 “하지만형님 잠시 멈춤이랍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힘을 보태볼게요, 외출을 별로 하지 않으니까 세탁업은 아무래도 위축이 되는 것 같아요. 조용희형수님, 오늘은 노래방에 갈 수 없으므로 지난번에 미루신 노래는 또 다음으로 미뤄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형수님 연애하던 시절의 얘기를 한번 듣기로 할게요.”조용희는 여전히 눈웃음뿐이다 하루 종일 함께 해도 거의 말수가 없는 편이다. “황보람형님은 오히려 장사가 좀 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남미화는 조금 바쁘겠어요? 보람형님 말씀 잘 따르고 있지요?”대기업 프랜차이즈 치킨과 배달업체가 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상권에서 조금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동네 토종업체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좀 우선해지면 우리 동네 시냇가 놀이터에서 한번 모입시다. 맛있는 치킨과 생맥주 준비해 보겠습니다.” 황보람이 한마디 거든다.

 “코로나는 어쩌면 질서정리 차원에서 세상을 새 판짜기 하는 것 같아요. 이정도형, 컴퓨터키보드 아직도 못 구했어요. 누워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와 모니터가 있다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 볼게요. 요즘 인공지능 AI덕분에 맞춤식 컴퓨터도 개발된다고 하네요.” 이정도는 늘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한다. 그는 요즘 유투브방송으로 詩作(시작)공부를 하고 있다. 꼭 자기 얘기를 시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최고준형, 짐벌 삼각대와 PTZ 자동조절기 쓸 만하던가요? 멋진 사진, 좀 있다 점심 후에 소개해 주세요. 미니프로젝터 가져 오셨죠? 작가의 해설이 있는 사진전 부탁드립니다. 어제 복지관에 물어보니까 컴퓨터 교육 팀이 유투브방송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해요. 고준형과 정도형이 합류하면 멋진 1인TV방송이 될 것 같아요. 한번 도전해 봐요.”그들의 말을 쉽게 알아듣기는 어렵지만, 동영상도전은 당연하다는 듯이 온몸으로 얘길 한다. 최고준은 곧 50살을 넘긴다. 요즘 가뜩이나 나이에 부담을 느끼는지 스트레스가 많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괜찮은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고 한다. 장애인문화복지재단에서 그의 역할은 상당히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의 사진전은 이미 10회를 넘기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 2회씩 개최했다. 그의 예술성은 장애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정서적 표현으로 가득하다.국전급의 사진작품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장애인작품을 선뜻 수용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황고민누나, 며칠 전에 들은 얘기인데 커피를 로스팅 하지 말고 원두 채로 녹차처럼 우려 마시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요. 조금 더 확인해 보고 좋은 섭생방법 계속 찾아볼게요.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다고 하셨지만, 의사들은 커피를 삼가라고 할 뿐 대안을 주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암에 나쁘지 않다는 발효커피는 역시 커피맛과 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로스팅 안 하면 커피 맛이 부족하지만 암 치료에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 한번 고민해 봐 주세요.”그녀는 늘 어두운 표정이다. 요즘 공황장애까지 겹쳐서 하루걸러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그냥저냥 버티고 있어요. 녹각영지버섯이 좋다고 해서 집에서 길러서 커피대신 차로 우려 마시고 있어요. 향이 없어서 불만이지만 그래도 커피 맛을 조금은 느끼게는 해줘요. 그간 칩거생활에 단련된 체질덕분에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잘 견디고 있어요. 발해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만화는 덕분에 진도가 많이 나갔구요.” 모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대답을 한다. 구계명이 계속 이어간다. “천연야생 원두커피 곧 도착할 거예요. 암은 친구처럼 지내면 좋다고 하네요. 여하간 금년 겨울에 출판기념회를 여신다고 하셨으니까 발해사완성에 집중하시구요. 응원할게요.”

 “어이, 중한!” 유중한을 부르면서 구계명은 한 톤 높여 호명을 이어간다. “중한이, 지난 4월 발효연구소에서 보내 준 백초주와 흑초는 숨쉬기에 효과가 좀 있었니? 기관지건강과 면역력증강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더라. 적어도 6개월은 지나봐야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하니까 거르지 말고 계속 복용해 봐.”유중한은 폐색성폐질환으로 코로나19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번 나들이를 보류하라고 했지만, 그의 강력한 요청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요즘 재택근무니까 이번에 건강을 더 잘 챙기면 좋겠다.”유중한은 잔기침을 하면서 결코 코로나19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구계명은 독고설야할머니, 김광균막내, 이정도형, 최고준형, 황고민누나, 유중한아우 등을 호명하면서 행복가족의 안부와 자영업으로 고생을 하는 하지만형, 조용희형수, 황보람형, 남미화아우 등의 안부를 확인했다. 싸이버패밀리가 포스트코로나에 더 행복한 여정을 생각하면서, 보람가족의 과제를 협의하고자 백팩에서 파일을 꺼낸다. 버스손잡이를 고쳐 쥐고, 보람가족을 다시 한 번 쭉 둘러본다. 그가 남은 가족들의 호명을 시작한다.   [다음 호에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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