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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공학칼럼>시혜적 복지는 인격을 훼손하며 절망을 겪게 할 위험이 있다
강남포스트 | 승인 2020.10.15 20:17

 

 

 

 

정형원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 이사,
전 누리데이타시스템 대표

 

싸이버가족은 각기 맡은 분야에 대하여 발표를 시작한다. 첫 발표는 이정도와 기도인이 맡았다. 이정도는 프로젝터를 조작하기로 하고, 기도인이 발표를 한다. 구계명은 서울시 복지관 회의실을 빌렸다. 복지관 근무자와 사회복지사 5명이 참석했다. 싸이버가족은 발표팀만 참석하기로 하고 코로나거리두기를 지킨다. 이정도, 기도인과 구계명 3명이 참석을 하고, 참석하지 않은 가족에게는 발표내용을 메일로 보내기로 한다. 복지관에서는 복지관소식지 및 관계기관에 송고하기로 했다. 이정도와 기도인은 시혜적 복지를 지양하고, 인격과 품격을  존중하는 복지사업을 해야 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먹고살기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저 생계유지가 핵심이었다. 배고픈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국가운영은 당연히 경제우선주의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순서에서 미묘한 갈등을 느낀다. 가난과 배고픔을 빙자하여,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1차원의 생리적 욕구에 기반을 두는 경제우선주의의 정치를 하는 것은 결국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왜곡이 아닐까, 우려된다.

왜 문화, 사회, 경제, 정치 등의 순서가 될 수 없을까? 고도의 눈가림에 의한 우민정책의 일환이라고들 한다. 배고픔을 기억하게 하고, 가난의 고통을 상기시켜서 차원 높은 정신문화의 진입을 방해한다. 가난하지 않다는 것으로 과시할만한 배부름에 만족한다. 헛똑똑의 자존감으로 무장된 상황을 즐기므로, 천민자본주의라고 비난을 받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부의 정도가 곧 기준이며, 부의 순서에 따라 줄을 서야하는 것이다.

빈민층의 고민거리는 당연히 배고픔과 가난이지만, 상황이 바뀌고 자기실현의 욕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국 부의 순서이므로 빈부의 척도는 크게 다를 바 없이 유사하다는 평이다. 정신문화적인 갈증보다는 역시 가난과 배고픔을 더 심각하게 느낀다. 굶어도 풀을 먹지 않겠다는 호랑이의 기개와 자부심을 지키려고 하는 순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부에 대한 갈망에 메일 수밖에 없으며, 정신문화는 점점 멀어져 간다.  
NGO가 운영하는 한 인권신문의 기자는 코로나로 세상이 매우 시끄런 상황에 노숙인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취재에 나섰다. 서울시청 지하보도에 앉아 무가지를 읽고 있는 노숙인과 인터뷰를 했다. “희망을 가지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획하면서, 생산적 활동을 하면 어떨까요? 과거에 음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거리의 음악가로 활동을 하시거나……. 삶의 여정을 누구보다 더 잘 느끼셨을 것 같은데, 선생님의 삶을 노래하는 작곡을 하나 해 보시죠.” 기자는 유흥음식점에서 반주와 DJ를 맡았던 노숙인에게 말을 걸었다. 노숙인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밀며 여유가 있다면 5천원만 주라고 한다. “얻어먹는 주제에 무슨 음악 같은 소리를 하십니까? 거리연주를 하면 돈이 생깁니까? 밥 먹여 줍니까? 노숙인의 작곡을 누가 사 주기나 하겠어요? 기자양반, 정신 나갔어요? 실력은 결국 돈입니다, 돈..... 돈 없이 무슨 짓을 한단 말입니까?” 그는 유흥음식점에서 손님의 노래에 맞춰 피아노, 아코디언, 키보드 등의 건반악기로 반주를 했다고 한다. 낙원상가 악기점에서 일을 하다가, 유흥음식점 주인의 유혹에 못 이겨 악기점 일을 그만두고 반주와 DJ일을 맡은 것이다. 나름대로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20여년을 보냈지만 노래방기계에 밀려났다. 그간 손님이 한두 잔 권하는 음주에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중독이 된 것이고 음주 없는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제가 주민센터, 구청, 시청 등 여러 번 방문했어요. 물론 복지기관에도 갔었지요. 알량한 자존심이 문제입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포기했어요.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5천원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곧 축복이며, 베푸는 자는 곧 전제군주적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복지사업은 곧 시혜의 일환이 된 것이다. 생리적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자립을 돕지 않는다.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격이나 품격을 포기하게 만든다. 최고학부에서 음악을 배우고 탁월한 연주를 한들 배고픔으로 다스려지는 순간, 대부분의 수혜자는 자기를 얻어먹는 주제로 전락시킨다. 고도의 우민정책은 결코 문맹이 아니라 천민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비열한 시혜정책이다. 말을 잘 들으면 돈을 주고, 돈을 줘도 말을 안 들으면 육체적 고통으로 해결한다. 문맹의 우민정책은 효과가 없다. 끊임없이 가난과 배고픔을 상기시켜서 차원이 다른 정신문화적 욕구를 무가치하게 만든다. 돈으로 명예와 권력을 살 수 있으며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고도의 정치수단이 되었다는 자괴감이 든다. 이제 이러한 비겁하고 치사한 시혜적 복지와 배고픔의 가난타령으로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저급한 시혜적 복지가 우민정책의 일환으로 사회복지사업에 활용되면, 인격이나 품격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만다. 수혜자의 인격을 생각하지 않는 복지는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기도인은 낙담한 표정으로 청중을 바라보며 설명을 마쳤다. 박수와 격려대신에 청중들의 시선은 저 멀리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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