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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공학칼럼> 행복한 삶의 여정은 이정표의 설계에 있다
강남포스트 | 승인 2020.12.25 20:58

 

 

 

 

 

정형원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 이사
전 누리데이타시스템 대표

 

 

정도만은 김광균의 손을 잡고 회중 앞에 나섰다. 두 사람은 오늘 세미나에 참석한 사회복지현장의 봉사자들과 함께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토론해 보겠다고 한다. 바로 이 순간에 삶을 고민하면서 자기정의를 하고자 했다. 자기정의와 삶의 여정을 고민하고, 설계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도착항이 기획된 인생의 항해는, 목적 없이 헤매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정도만은 묻는다. “광균아, 너무 어렵고 빠른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세상을 떠날 때, 너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봐. 어떤 모습일까?”

이어령박사는 오마이뉴스 ‘종로의 기록 우리동네 예술가’ 인터뷰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면 축하한다고 하지만, 걔 어떻게 될 거야? 또 하나의 죽음이 생긴 거잖아. 사실 울어야지. 사람들은 박수치고 좋다고 웃고 그러는데 애는 울면서 태어나잖아. 애가 똑똑하다니까. 태어날 때 나는 울고, 남들은 다 웃었어. 탄생을 환영해준 거야. 죽을 때 '이만큼 잘 살았으니 됐다' 하고 나는 웃고, 주변 사람들이 다 슬퍼해. 이게 인간 최대의 가치야. 그게 바로 메멘토 모리에요.”라고 설명했다.

김광균이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띤다. “나도 웃으면서 세상을 떠날 거예요.” 웃으면서 세상을 졸업한다. 너무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행복공학재단의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주시종시설장이 질문을 한다. “지금 몇 학년 이예요, 김광균 학생?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들었는데....” 김광균은 머릴 긁적인다. 어른들과 인생을 토론한다는 것이 너무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도만선생님께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함께 고민해 볼 거냐고 물으셨어요. 잘 모르지만, 생각은 좀 해 봤어요, 우리 설야가족은 매월 나들이 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모임에서 주로 나누는 주제로 행복한 인생을 자주 얘기합니다.” 

웃으면서 세상을 떠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에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지 모를 기획안을 꺼낸다. 어렵게 사는 사람을 돕는 일과 너무 많이 훼손되는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면 행복할 것 같다는 것이다. 설야할머니는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 김광균을 집에 데려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처럼 기르고 있다. 그는 할머니 슬하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고 있다. 할머니의 마음을 잘 아는 그는 사회복지에 매우 관심이 많아졌다. 때론 할머니에게,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는 친구의 점심도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할머니는 그가 너무 대견하다.

김광균은 남을 돕고 자연을 보호하는 일에서 꼭 성과를 내고 싶다. 그리고 사회복지와 자연보호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릴 잡으면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고아로서 살아온 삶을 깊이 되새기고 고민하면서, 사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것을 모르고 세상을 떠나면 아무리 좋은 일을 했다고 해도 아쉬움이 클 것이므로, 웃으면서 세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70~80년쯤 살고나면,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할만한 나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정도만이 설명을 이어간다. 김광균의 소망을 조금 쉽게, 긴 여정을 그렇게 정리했다. 100살쯤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고 전제한다. 10년을 주기로 기획을 한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20살이 될 때까지 해야 될 일을 나열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다. 이 시기에는 학업에 충실하해야 된다. 시기와 나이에 맞는 활동계획으로 실천에 집중해야 된다. 자아실현의 기회는 어쩌면 최고준의 얘기처럼 예술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광균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림그리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과정에 충실했다면 행복한 인생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어 대학을 마치고 2~3년 회사를 다니면서 저축을 한다, 유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제가 안정되고 복지정책이 잘 실시되고 있다는 핀란드로 유학을 간다. 그 10년 동안의 여정에 이어 병역의무를 마치고 나면 30살이 될 것이다. 10년 동안 돈 버는 법을 회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배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남을 돕기 어렵고, 자연을 보호하기도 어렵다. 특히 나이 들어 소득활동 없이, 인생을 연구하는 과제에 집중하려면 노후생활자금도 필요하다. 40살이 된다. 독립하여 사업에 투신한다. 20년간 돈 버는 일에 혼신을 다한다. 10년 기획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60살이 된다. 10년간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사업과 자연보호사업에 투신한다. 70살이 되고, 이어 현업에서 물러나 인생을 연구하고 고민한다. 80살이 될 것이다.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인생을 연구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김광균이 80살이 되는 70년 후에는 학교의 문턱이 낮아져, 나이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10여 년간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한다. 90살이 되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행복한 인생을 기술해 본다. 자신의 삶이 녹아나는 그림을 그려서 저술에 삽입한다. 그리고 100살이 된다. 인생은 이정표가 확실하면 할수록 행복감이 증대되지 않을까.

두 사람이 설명을 마쳤다. 아무도 반응이 없다. 박수도 치지 않는다. 10여명의 회중들은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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